교회를 다녀온 후 갑자기 훌쩍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1박 2일의 여행...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시간이 보장되니 당장 행동에 옮겨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그러지 않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이 되어버렸다. 정치 아카데미 캠프 세미나 준비도 해야 하고 대책 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 한 것인가를 간단한 홀로 출사를 통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선유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다. 한강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인공 섬. 혼자 가볍게 가는 길이고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큰 만족을 얻은 것일까.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의미 있는 것도 여럿 있었다. 문제는 준비가 되지 않은 나라는 존재. 그것 하나가 큰 문제였다.
이번 출사의 목적은 생각하는 것. 그 주제는 연애였다. 누군가를 사귀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무엇이 문제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위해서였다. 분명 주변의 여자들 중에 누군가는 쉽게 사귈 수 있고 누군가는 사귈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문제는 인간은 누구나 더 나은 것을 원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치, 즉 한계선에 걸쳐있는 누군가를 추구하기에 어려운 것이다. 소개팅을 통해 흡족했던 은혜, 해리, 동희. 그리고 정치 아카데미에서 남다른 관심을 갖게 만드는 수진, 보람, 예림. 이 중에서 은혜는 남자 사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고, 동희는 다가가기에 너무 버거운 존재(사귀게 되었을 때 더욱 힘든 존재), 수진과 보람이는 남자 친구가 이미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면 해리와 예림이 남는데 이들이 사실 가장 멋진 최고의 존재들임을 절대 부정할 수 없다.
난 머뭇거리고 있다. 물론 여자들이 나에게 먼저 사귐의 유혹을 보냈다면 그것은 승락의 문제지 도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커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남자의 입장이 선택을 받도록 기다릴 입장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내 주위에는 결코 먼저 나설 여자들이 존재하지 않다. 물론 나도 너무 소극적이다. 정말 좋다면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덤벼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계속 주저하고 계속 머뭇거리기만 하고 있지 않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인가 한심한 생각까지 든다.
해리는 왠지 모를 벽을 느끼게 만든다. 분명 착하고 친절한 아이이지만 사귀고 난 후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 오래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벌써 서로 대화를 나눌 이야기의 재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번 만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회 비용이 너무나 큰 것도 문제다. 서로가 심히 바쁘고 힘들다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예측되었던 딜레마이긴 하지만 막상 부딪친 현실은 끔찍할만큼 숨막힌다. 인연이라고 하는건 기적도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고 엮이게 되는 것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이렇게 열정과 기회를 잃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예림이는 그 기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한다. 별 관계 아니었고 다른 남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그냥 괜찮은 아이라고만 생각하며 멀리 떨어져 있기를 고수하던 중 나에게 논문의 도움을 요청했으니 말이다. 흔쾌히 승락했지만 천재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날 경계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떠한 전제도 없이 너무 많이 도움을 주고 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일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2차, 3차 기회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좀더 세련된 멋진 방법론이 필요했었다. 예림이는 분명 내가 가진 능력, 특히 지적 능력만을 필요로 했을 뿐 어떠한 사적 감정이 없다는 것이 요소요소에서 발견된다. 그것을 이미 알게 된 이상 어떤 감정을 발달시켜 다가가는 것은 이미 무모한 행위임이 증명된 것이다. 지금 이순간 어떻게 해서든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백도 할 수 있다. 멋진 말로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참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떠한 매력이나 진정한 남성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예림이가 원하는 남성 상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위트적 남성을 원하는지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지나치게 지적인 딱딱한 모습만을 보인 것인가. 잠잠히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결론은 공식적이지 않은 남다른 기회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막상 서로간의 요구치와 목표가 달랐음을 엄중히 인정한다는 점이다. 사귐의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프로포즈의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자 쪽에서 나에게 충분히 마음이 있음을 증명한 후 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쩜 너무 승리에 집착하고 있는지 모른다. 고백의 순간이 답이 될 것인데 답을 제시하지도 않고 안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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