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07, 2006

무기력한 힘에 겨운 하루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평소같다면 늦게 일어났다는 생각에 서둘렀을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특별히 폰이 울렸던 것도 아니고 어머니나 동생이 깨운 것도 아닌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이다. 전날 2시 30분이 넘어서 잔걸 생각하면 4시간정도 잠을 잔 것 같다.

어제는 원래 동희랑 date가 있는 날이었다. 교회에 가서 첫 기도를 드리는 도중에 폰이 울렸고 순간 동희의 문자라는 것을 그리고 분명 약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기도가 끝난 뒤 폰을 열었을 때 그 예감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서운 예감이다. 그리고 동생과 삼청동에 가서 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약 300장의 사진이 찍혔으니 그 고생은 이루 말로 못할 것이다. 삼청동과 인사동을 돌면서 느낀 점은 혼자 가서 사진을 찍는다면 인사동을 가서 찍어야 하고 date를 한다면 삼청동이 낫다는 것.

그렇게 고생하고 돌아와 새벽까지 할 일없이 늦게 잤으면서도 일찍 눈이 떠진 건 누가 뭐라고 해도 더위의 탓이다. 무더운 열대아에 무감각 하다고 말하지만 민감했나보다.

오랜만에 쉬었던 운동을 하니 운동할 때까지는 참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기분 좋게 냉커피까지 마시면서 서양철학 마지막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수업 내내 전혀 집중을 하지 못했다. 마치 머리 속에 엄청난 녹이 쓸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하지 못해 흐트러지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이게 마지막 수업시간이라는 걸 어떻해서든 인지하고 집중해야 한다며 사투를 벌이는 심정으로 필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는 없었고 그렇게 수업은 끝을 맺었다.

학관으로 가서 점심을 먹을 때도, 중전에 가서 web surfing을 할 때도 여전히 정신은 반쯤 나가있는 상태였다. 중전에서 엎드려 잔 시간만 한 1시간이 넘을 것이다. 그 와중에 소나기가 왔고 고려대 조사는 물건너 가버렸다.

project meeting은 3명의 member가 모이는 걸로 끝나버렸다. 다른 사정 때문에 오지 못한 사람들은 나름 이해는 되지만 이번이 첫 미 참석 meeting으로 기록될 것을 생각하니 드디어 누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부터 준비가 소홀했으니 할 말이 없다. 다행히 그 정신 없는 머리 속에서 중요한 하나의 화두가 튀어나와 project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진행되었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번 meeting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뻔 했다. 위험한 일이다.

서양철학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대로 자야할 것만 같다. 그냥 조금 쉬다가 일찍 잠을 청할 생각이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냥 수면 부족과 복잡한 생각들, 그리고 쓸데 없는 고민과 갈등들이 문제다. 그대로 전부 씻어버리고 다시 내일 아침 운동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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