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23, 2006

또다른 project와 여자에 대한 고민

금요일 캠프 세미나를 가서 발표할 내용을 많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모두가 편하고 쉽게 가는 걸 원치 않나보다. 젊다는 건 이런건가? 결국 현실보다는 이상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더 많이 신경쓰고 고민해야 하는걸 알면서도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어하는 모습. 문제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하는 일인지, 아니면 무모하게 도전하는 건지. 만약 무모한 도전이라면 일이 진행되어가는 도중에 분명 이탈하려할 것이고 그럼 첨부터 잘못된 단추를 끼우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잘 되도록 열심히 이끌어 가는 수밖에는 없을 터.

예림이와 하루동안 연락 두절이다. 나는 아무 것도 변한게 없는데 예림이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 연락이 메신저로 서로의 연애 상담을 한 것이라는 문제가 걸린다. 그 상담을 통해 얻은게 무엇인가? 나는 예림이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빙빙 돌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예림이는 남자친구가 이미 있는 누군가를 내가 좋아하고 있고 그것이 블루엔진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블루엔진에는 남자친구가 있는 스텝 애들이 정말 많고 그 애들과 지나치게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니 말이다. 어제 보람이 사진을 가지고 포토샵 작품까지 공개했으니 예림이가 그 사실을 안다면 분명 보람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예림이가 말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지극히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비록 거짓으로 예림이에게 잘못된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예림이가 한 이야기는 진실로 믿고 있는 어쩌면 약간 다른 일반 상식과 엇나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화를 통해 사실 난 적잖게 실망을 했다.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있다는 그 말을 듣는 심정 어떠하겠는가? 그것도 홀로 좋아하고 있는 여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 심정이 어때야 하는건가? 그러나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으며 그것이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생각하고 평소처럼 자연스레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연락을 한 것이다.

문제는 그 연락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연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후 연락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을.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겠거니라고 생각하지만 상식적으로 1박 2일 동안 연락을 못할정도로 바쁜 일이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런 성향의 애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유치한 시나리오를 하나 생각하게 된다. 내가 예림이에게 거짓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예림이도 나에게 약간의 왜곡을 가미한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다. 먼저 예림이를 좋아하는 티를 낸 동생은 중락이다. 이미 중락이는 예림이와 사는 곳이 동일하고 나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하고 싶다는 말까지 한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기를 수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말이 없는 걸로 보아 분명 일이 잘못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즉 예림이가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에 중락이가 적잖게 실망하고 몸이 아플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 마지막 술자리에 중락이랑 예림이가 함께 있었는데 둘 간에 별다른 대화가 없더라. 다만 돌이켜 생각하니 집에 먼저 가겠다고 말할 때 중락이와 예림이가 함께 반응을 보인 점을 미루어 지나친 추측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그날 중락이는 끝까지 술자리를 했고 예림이는 먼저 집에 갔으니 중락이가 밝혔듯 적극적 대쉬를 원했다면 아마 핑계를 대서라도 집에 갔어야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그렇다면 예림이가 말한 그 형이라는 사람은 누군가? 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내가 보기에도 예림이가 정치 아카데미 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함께 논문 작성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사실이고 나 역시 대단히 우호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며 정말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았는데 내가 접근한 횟수만큼 예림이 측에서 접근한 일도 많았다. 그렇다면 친형제라는 발언은? 뭐 친형제처럼 대단히 친하다는 걸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내 입장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숨긴만큼 예림이도 똑똑한 여자이기 때문에 친형제만큼 친한 사이라는 걸 그냥 친형제라고 말해버리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지 않는가. 그리고 그 형이라는 사람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나 동아리가 조금 특수하다는 말 자체가 그런 요소를 뒷받침 해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림이는 서울 산업대라는 낮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서울대 인문대 1년을 다닌 경험의 입장에서 미리 장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그 학교에 있을 뿐이지 자기에 대한 pride가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다른 동아리에 나가서도 대학적 요소가 부족한 사람은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지금 솔로로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러한 요건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에 예림이는 나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홀로 생각하는 입장이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유치한 발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고 싶은데로 믿으려 하는 것이 인간인가보다. 실망이나 속음의 과정도 이러한 매커니즘 속에서 탄생하는 것인가. 혼자서 상상하고 믿어버리는 것, 그러다 진실이 밝혀지면 속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인 과정들. 진실이 무엇인지 열심히 파내려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한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예림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그 카드는 아직 유효하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내가 표현한만큼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않았지 않던가. 나는 이번 정치 아카데미가 끝나기 전에 분명 한번은 말을 할 것이다. 그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람이 바로 예림이 너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그 뒤의 결과는 미지수다. 실패 확률이 다분히 높다. 여하튼 그냥 이대로 관계라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관계는 그대로 약화되다가 끊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를 미친듯이 좋아한다고 해버렸으니 이제 그게 누구인가를 밝히지 않으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리니 예림이와 나는 도저히 발전할 수 없는 방어벽을 친 것이다. 나 스스로 말이다. 예림이를 좋아하면서 표현을 다르게 했다는 이유로 예림을 배격하는 웃지 못할 상황 연출이 되는 형태니 고백은 어떻게 해서든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은근히 예림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분된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요소 때문이라면 이건 내 인생 일대에 가장 기적같은 아름다운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길이 될테니까. 물론 만약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하더라도 서로 오해를 풀고 사귀는 과정으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예림이의 태도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 즉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사람의 태도다. 그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고 그래서 지금껏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만약 나를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더 만나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먼저 제안했을 때 이렇게 거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세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10%미만의 불가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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