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31, 2006

소개팅...허무함....새로운...기쁨???

소개팅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기대감...그리고 그 허무함...
소개를 받아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기대감은 줄어들고 허무감은 늘어만 간다.

오늘도 소개팅이 잡혔다. 그렇게 소개팅을 하고 싶다고 할 때는 아무도 듣는 척도 안하더니 막상 일이 잡히기 시작하니 쉴세없이 몰려든다. 이번 소개팅은 외대를 다니는 중락이 아는 누나로만 알고 있었다. GLC member라고 하니 좀 활동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짐작과 함께.

첫 만남부터 대단히 호감이 갔다. 오늘 만난 장소인 코엑스는 저번 윤식이가 소개시켜준 지은씨를 만났던 바로 그 마르쉐 앞이었다. 그 때는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30분이나 먼저 도착하구서 linko에 구경을 하느라 약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소개팅 생대를 먼저보게 되었다. 뭐랄까..한 눈에 보기에도 활달하고 큰 키에 놀랐다. 이미 하루 전에 신촌에서 169cm의 큰 키를 가진 여자 분과 소개팅을 해서 어느 정도의 면역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정도는 아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참 큰 키에 놀랐던건 사실이다. 상대를 확인하고 인사를 나눌 때 거짓없이 웃는 얼굴이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역시 호감을 주는 얼굴...키나 얼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처음이다 소개팅을 하면서 이렇게 마음에 든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 말이다. 외모는 절대 결정적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요소 3가지 안에 들어간다. 첫 대면에 외모 말고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외모에 먼저 많은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은혜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5cm에 까맣지만 세련된 눈매를 가졌던 은혜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더 어리고 장난끼 있으면서 활동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동안 유난히 설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지은씨와 저녁을 먹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거의 비슷한 음식을 시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이지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세 없이 이야기하는 style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여자를 과거 언젠가 만난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군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윤식이 연극을 보러 가서 만났던 약사라는 여자만큼 이야기가 수월하게 통하지는 않았다. 그 때 그 여자분의 대화 skil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다. 적당히 이야기 하고 적당히 들으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 여유. 거기에 적절히 화제를 유지하고 전환하는 호흡.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 여자분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서울대 입구까지 찾아온 낯선 남자가 있었다는 돌발 상황과 그날 밤 막 전역한 예비역의 서툰 마음을 잘 못 전달하여 그 뒤 일방적으로 관계가 단절되었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여자에 대한 대단한 과대평가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나보다 3살이 더 어리고 비슷한 학년을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 잘 통했다. 이제 어느순간 대학 3학년 이상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걸 느끼기에 3번의 소개팅은 너무나 많은 대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소개팅을 나오기 전에 "동생에게 대학 1, 2학년들이 말이 통할 것 같다. 이래서 어린 여자들을 선호하나 보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 때문일까. 당연히 대학 3, 4학년이라고 생각했던 해리씨가 원하던 학년이라는 말을 듣자 놀라며 너무나 반가웠던 것 말이다. 그러나 학년이 어리다닌 것 말고는 너무나 성숙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어린 티가 나고 호기심의 눈빛을 가졌지만 경험을 늘리는 것이나 생활을 조율하는 능력은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GLC의 임원을 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당장 8월에 하게 될 계획을 듣는 것만으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난 아직도 여유롭고 무대책적인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뭐랄까. 모든 것들이 해리씨를 중심으로 이야기 되었다. 한번도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해리씨에게 하는 말은 전부 처음이지만 앞선 3번의 소개팅에서 과묵한 그녀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너무나 많이 반복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차라리 열심히 자기 이야기를 하는 해리씨가 너무나 편했다. 어쩜 저리 말을 오랫동안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오랜시간 식당에서 이야기를 하고 파수쿠찌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자기가 사겠다는 sense가 또 다시 환심을 샀다. 역시 그런 면이 있어야 난 마음이 동하나 보다.

이번에도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외동 딸이라서 그런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부모님을 좋아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에 부모님의 영향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부모님이 매우 좋은 분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활동적이라는 것을 재확인 했다. 운동도 좋아하고 대외적 활동에 열심히다. 뭐든지 leader가 되려고 하는 성격이다. 수업도 맨 앞자리에서 듣고 모든 모임에서 중추적 역할을 도맡아서 한다. 성적 관리에 철저하다. 3번 연속 차석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고 하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법대생인데 사시를 볼 생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자기 색이 확실하다. 정말 독특하다. 주변이 남자가 매우 많다. 해리씨는 순수하게 받아들이지만 dash를 감행한 사람도 있었고 매우 친한 오빠라는 존재들이 정말이지 많다. 이들과 차별성을 두는 것이 급선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자를 진지하게 사귀어본 적이 있다. 어떤 추억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좋은 감정을 가지고 헤어졌다는 것으로 보아 자기 중심이 확실한 사람이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원망이나 후회의 감정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싶다는 감정은 있는 듯 했으나 역시 좋은 사람있으면 막지 않겠다는 식이지 꼭 남자를 구한다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사람을 잘 응시하고 웃어주고 이야기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자들에게 그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면서 아는 동생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비추는 남자의 심정은 그만큼 친절하고 잘해주기 때문 아닐까. 그것이 몸에 베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렇게 대할 것이고 그 대상이 나라는 생각도 당연히 하게 된다. 오늘은 친절함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분석.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첫 인상. 머리도 망치고 옷도 그리 신경 많이 쓰지 못한 오늘 나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땠는지 가늠할 수 없다. 우선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별루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건 원래 사람 style 상 남의 이야기보다 자기 이야기에 치중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다고 지루해 한다거나 집중을 흐리는 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다는 것에 실족할 필요는 없다. 몇 번이고 미끼를 던졌지만 그 반응은 실로 담담했다.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고 당장이라도 dash할 것 같은 순간을 조성해보았지만 담담히 대응하였다. 그 속에서 어떤 판단을 이끌 수 있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신중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고 지낸지 2주만에 고백한 오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신중한 성격이라고 하니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공을 들이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에 대한 반응은 주선자인 중락이에게 정말 오랜만에 잘 통하는 사람 만났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라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우선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을만큼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해리씨에 대한 나의 감정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우선 4번의 소개팅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남는 여자는 은혜와 해리씨다. (은혜는 말을 놓았고 해리씨는 말을 아직 놓지 않았다.) 문제는 은혜는 너무나 어려운 존재라는 점이다. 그렇게 친절하고 착할 수 없는 순수한 아인데 어렵다. 자기 선이 분명하고 끊고 맺음이 너무나 뚜렷하다. 아직까지 그 속 마음을 모르겠다.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접적으로 물었던 남자를 사귀는 문제에 대해 아직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건 지금 그 질문을 물어본 나에 대해서도 정말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massage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해리씨는 역시 여러운 상대다. 신중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보아 자연스럽게 자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대외 활동도 많은 상대가 학교까지 멀어버리니 어떻게 자주 만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해리씨 역시 은혜처럼 친절로 일관할 것이고 난 첫 만남 후 소멸해 가는 호기심과 설램을 잃어가면서 결국 평범한 상대로만 인식될 것이다. 그 전에 많은 일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은 우선 최소 5번의 만남을 더 가지면서 평가해보고 마음을 정하는 것이다. 그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꺼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이다. 소개팅을 하면서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서툰 기대는 금물이다. 소개팅을 하고 나서 여자 쪽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운명의 상대라고 할 지라도 여자들은 선택을 받으려고 하지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불문율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가늠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정말 아니라고 sign을 보내는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은 상처만 남는다. 다정씨가 그렇지 않았던가. 결국 난 치명적인 상처만 입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잘 알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달려들다 대상이 날아가버렸으니까. 쉽게 그리고 부담없이 다음 만남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두번 째는 정말 즐기는 date가 되어야 한다. 오늘은 첫 만남이니 조심스럽게 서로를 익히는 단계고 다음은 서로를 즐기는 단계가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은혜와 해리씨 둘 간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이는 바보같이 집착하며 상대를 도망가게 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완충 장치다. 은혜는 소극적인 style이다. 너무 친절해서 어떻게 접근할 지 알 수 없지만 많이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다. 주중을 노려서 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해리씨가 8월 한 달 매우 바쁘기 때문에 그 기간을 잘 이용하여 최소한 은혜를 2번에서 3번은 만나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직접 가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리씨는 바쁜 일정을 잘 피해가면서 만나야 하는데 우선 대단히 에너지 넘치고 즐거워하는 성격이니 야외로 이끄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러면 좋은 장소를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곳에 camera를 가지고 가서 좋은 추억을 만들면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제 적절히 그녀들과 지내는 일이 남았다.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mind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